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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Plastic love

 

수도 없이, 상처를 받아왔다고 하면... 과연 믿으실까요. 제게 다가와 준 이를 감사히 여겨 쉽게 곁을 내어주고, 좋아하고... 한 없이 잘해주려 노력하였지만, 제 역량이 부족해 결국 곁에 있어 주던 이가 떠나가게 된 그러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을 멀리 밀어낼 수도 없더군요. 어쩔 수, 없다고... 해야 되려나요. 아무리 상처받아도 이들은 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갖게 되니.

 

 

  그 말에 히요리의 이가 뿌득 갈렸다. 몇 년전에도 느꼈지만, 설화는 지나치게 무른 구석이 있었다. 춥고 외로웠음에도 혼자 사는 게 좋다고 할 때부터 걱정이 됐다. 그 때의 설화는 정말 혼자 사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남들과 함께 지내는 온기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 지 모르는 것만 같았다. 그 뒤로 상황이 조금 나아졌나 싶더니 이젠 또 누군가에게 너무 쉽게 곁을 허락한다. 그래서는 안 됐다. 누구보다 히요리가 잘 알았다. 성급하게 손을 내밀어봤자 그 누구도 잡아 주지 않는다. 상처받은 이에게 몰려드는 것은 구원의 손길이 아니라 살을 뜯어먹으려는 포식자 뿐. 가엾게도 그것이 자연의 섭리였다. 

 

  그걸 사쿠라기가 알려주었다. 외로웠던 히요리가 마음둘 곳이 필요했기에 자신이 왔다고. 그러니 사랑이 아니라고, 그저 알에서 깨어난 새가 보이는 맹목에 불과하다고……. 히요리가 엇나가는 와중에도 철저하게 마음을 갈무리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일은 한 번으로 족했다. 누군가 자신을 이용하려고 찾아오면, 원하는 것을 내어주고 이용당해주면 그만이다. 착각하지만 않으면 상처받을 일이 없었다. 그럼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그 상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잠깐의 기쁨과, 온기와, 슬픔을 나누는 일회용의…….

 

"설화님은 전제부터 틀리셨습니다. 믿기 때문에 상처받는 거예요. 모르시겠습니까? 좋아하되 믿지 마세요. 믿지 않으면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럴줄 알았다며 웃어넘길 수도 있다고."

 

  히요리가 설화의 어깨를 잡고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아주 특별한 세상의 비밀을 알려주듯이 낮게 속삭였다. 히요리가 이기지도 못할 패놀이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애초에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와 놀이 판에 앉았다는 그 사실 자체. 패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상대의 시간, 또 감정을 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었기에. 

 

"멍청하게 굴지말고, 설화님도 상대를 이용하세요. 마음껏 동정받고 온기를 빼앗으시라 이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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