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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魚花火 / 히요리츠즈키

BGM : 오오츠카 아이 - 금붕어불꽃 

 

  혼란의 시대, 슬픔의 시대였다. 대재앙이 남긴 잔해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남녀는 안간힘을 써서 재물을 긁어모았다. 겨우 숨을 돌리고, 남들보다 제곱은 편안한 삶을 살게 되자 둘은 부부의 연을 맺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여자는 회임이 어려웠고, 가까스로 아이를 가져도 곧 유산하는 일이 잦았다. 눈물로 젖은 소매가 마를 날이 없자, 남자는 여자를 위해 백방으로 아이에 좋다는 것은 뭐든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음식이며 약재, 심지어는 굿판까지 벌였다. 

  굿을 끝낸 무녀가 남자와 여자를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부부가 업이 깊어 죄 없는 아이들의 죽음으로 이를 갚고 있소. 이번 굿으로 죄를 눌러 아이를 회임할 것이나 업보를 채 갚지 못해 귀신이 아이를 죗값으로 받아 가려 할 것이오.

 

  부부가 무녀에게 물었다.

 

어렵게 찾아온 아이입니다. 허무하게 귀신에게 빼앗길 수 없습니다. 어찌 방도가 없겠습니까?

 

  무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방도를 일러주었다. 아이의 이름을 짓되 한자와 뜻을 다르게, 남들이 읽기 어렵게 지을 것. 귀신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통상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금기는 모두 어겨서는 안되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이 땅을 벗어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의 성별이 알려져서는 안 되네. 매년, 생일이 되기 하루 전날에 찾아와 기세를 누르는 굿과 더불어 성장을 멈추는 약재를 끓여줄 테니 먹이도록 하게.

 

  무녀는 나가기 전에 한 가지를 더 일러두었다. 아이의 액운을 대신 받을 낙람 유모를 구하여 항시 곁에 두라고. 부부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갈 곳을 잃고 떠도는 어린 낙람 여자아이를 유모로 받아들였다.

 

 

  히요리츠즈키는 그렇게 태어났다. 

  해도 되는 것보단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만 잔뜩인 세계에서 길러졌다. 부모님은 행여나 히요리가 목숨을 잃을까, 발작적으로 행동을 통제하려 들었다. 말을 듣지 않아도 때리지는 않았지만, 대신 방에 갇혀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다들 이렇게 자라는 줄 알았다. 다들 히요리처럼,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만 잔뜩이고, 치렁치렁한 옷에 극도로 제한된 식사량 때문에 늘 주린 배, 맛없는 약재들과 일 년에 한 번쯤 거하게 피를 뽑히며 사는 줄 알았다. 

 

  이 모든 억압이 그저 점쟁이의 말 한 마디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밤. 히요리는 참을 수가 없어서 맨발로 집 밖을 뛰쳐나가려 했다. 그런 히요리를 문간에 시종들이 붙잡고 말렸다. 끝내 집문을 나서지 못하고 히요리는 또 다시 방 안에 갇혔다. 한동안 방문에는 못이 박혔다. 히요리가 잘 못 했다고 빌기 전까지 그 못은 뽑히질 않았다.

  물 속에 잠긴 것처럼 숨이 차는 집 구석에서 히요리는 뭐든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제 유모, 사쿠라기 옆에서만 호흡할 수 있었다. 사쿠라기는 히요리에게 성인이 되면 지금처럼 답답하게 갇혀지내지 않고 더 먼 곳 더 많은 것을 보며 놀랍고 재미난 일들이 많이 생길거라 말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견디면 자유가 될 거라고. 말을 끝낸 사쿠라기는 아직 꺼지지 않은 제 몫의 막대 불꽃을 히요리에게 쥐어주었다.

 

  기이하게도 그 말이 히요리를 예속시켰다. 하루 빨리 자라고 싶었다. 

  당신 말대로 어른이 되면, 그래서 자유로워지면…. 그 때에는 뭔가 달라질까?

  그 때에는 연못에 갇힌 잉어처럼 숨만 쉬는 것이 아니라 강이나, 바다에 닿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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