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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last summer / 에드워드 젠킨슨

BGM - Love of my life

 

  나는 장애물을 넘은 청춘의 힘 속에서 특이하게 성숙했으며, 그리고 연인이여. 

너는 내 심장 위에 아주 거친 어떤 유년기를 갖고 있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에드워드 젠킨슨은 예술이 지겹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대에 태어나, 예술은 효율이 떨어지는 사치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퍼시픽 돔 안에서 자랐다. 운이 좋아 그럭저럭 부유하고 명망있는 부모의 자식이었기에 이스트 타운에서부터 예술학교를 다녀, 웨스트 월사이드의 예술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자신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최후의 세대'라는 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명목상 예술대학이 남아있지만, 상업성이 부족한 과목들은 점차 지원을 줄여나가다 다른 과들과 통폐합되었다. 그가 다니고 있는 과 역시 '순수예술'과였다. 이 기묘한 이름의 과에는 순수미술, 연극, 문예창작 등 실상 배우는 것이 전혀 다른 과들이 억지로 구겨 넣어져 있었다. 당연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고, 부실한 수업을 참을 수 없거나 미래가 불투명한 학생들이 너도나도 전과를 신청했다. 애초에 그걸 의도한 학교 측은 더는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폐과 시켰다. 하기는, 대재해가 일어나기 전에도 먹고 살기 힘든 직업이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에드워드의 친한 동기 중 한 명은 전과하기 전, 그를 찾아와 울면서 말했다.

 

'창작이란게 내 마음처럼 해낼 수 있는게 아니잖나, 에드워드. 나는 내가 고뇌하는 공백이 두렵다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데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진공상태를 더는 참을 수 없어. 부디 나약한 나를 용서해주게.'

 

  누구보다 에드워드가 그 마음을 잘 알았다. 졸업을 앞두고 과제로 시집을 한 권 제출해야 하는데 그가 학교를 다니며 쓴 시라곤 고작 세 편뿐이었으니, 턱없이 부족했다. 

 

 에드워드는 시를 사랑했다. 옛 시인들의 시집을 닳기 직전까지 읽고 원할 때 암송할 수 있었으나, 가끔 사랑만으로는 안되는 것들이 세상엔 존재했다.

 

 

  유진을 만난 것은 그 맘 때쯤이었다. 유진은 A부터 Z까지 에드워드와는 달랐다. 태어나 자라온 인생, 생활습관, 성격, 가치관… 그 모든게. 두 사람은 퍼즐처럼 서로에게 끼워맞춰졌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사랑에 빠졌다. 에드워드는 유진을 위해 시를 썼고, 유진은 에드워드를 위해 노래했다. 그러나 가끔 에드워드는 자신이 시를 위해 유진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겁에 질리곤 했다. 시를 쓰기 위해 사랑에 빠진 척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에드워드는 첫사랑에 빠졌고, 사랑이 뭔지 잘 몰랐기에 자신이 하는게 정말 사랑이 맞는건지 확신이 없었다. 유진은 그가 하는 것이 사랑이 맞다고 했지만, 설령 사랑이 아닐지라도 상관 없다고 했다. 언젠가는 에드워드도 알게 될 거라고. 뭐가 괜찮냐고 그는 불퉁하게 말했지만, 유진은 깔깔거리며 입을 맞출 뿐이었다.

 

  모든 눈부신 순간은 타오르는 불똥과도 같아서 너무도 짧은 순간에 빛나고 스러진다. 세상에는 사랑만으로는 안되는 것들이 존재했고, 에드워드는 유진을 살릴 수 없었다. 유진을 끌어안고 울던 낮, 따사롭고 아름답던 한 여름에.

 

'사랑하는 에드, 나는 불멸할거예요. 당신이 나를 기억하고, 또 사랑해주는 한…….'

 

  유진이 손을 움직여 말했다. 유진의 목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쉿쉿거리는 숨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러니 죽지마세요. 계속 시를 써요. 당신이 시를 쓰고, 그걸 누군가 기억하는 한 나는 계속 그 안에서 살아 숨 쉴테니.'

 

  에드워드는 삶의 첨단에서야 유진을 이해한다. 확신따위는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었노라고. 에드워드는 유진보다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했고 유진은 그걸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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