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나도 마찬가지야. 후회할 이유가 없으니까.
우리는 변하지 않겠구나 루. 서로 바라는 걸 위해서, 선택한 걸 위해… 함께하자.
초승달은 새로 차오르는 달이라고도, 부족한 달이라고도 해. 보름달은 이미 꽉 차 저물 일 밖에 남지 않은 달이라고도, 완벽한 달이라고도 해. 어느 쪽이든 우리는 서로에게 균형이 되어줄 수 있을 거야. 만약 내가 엇나가거나 하면 이야기해줘야 해?
루는 그 말에 가만히 담천을, 그리고 담천이 만지고 있는 보름달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담천은 어떨지 몰라도 그녀가 연화를 선택한 이유는 늘 한결같았다. 겁이 나서 또는 다른 이들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도망'도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으면 했다. 설령 누군가는 이런 루의 주장을 기만이라 부를 지언정, 선택지조차 갖지 못한 약한 이들이 약육강식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적어도 루이시의 이유는 이러했다.
담천은 왜 연화를 택했고 또 어째서 연화를 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 걸까.
자신과 담천은 서로의 이유에 대해선 하나도 알 지 못 하면서, 왜 서로가 변하지 않으리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걸까. 당장 평생을 함께할 친우처럼 지냈던 이들이 적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배신당하면 그때는 어찌하려 그러는지. 루이시는 이런 의문들을 입 밖에 꺼내는 대신 담천의 손을 꼭 잡았다. 담천의 손은 따뜻했다.
같은 선택을 쥐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지나쳐, 언젠가 담천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해도 담천의 선택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연유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따뜻한 손이 붙든 것은 분명 손만큼이나 따뜻한 미래일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모든 헤어짐과 다툼은 생각보다 그리 별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지나치는, 삶의 반직선 위의 점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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