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Friday Night Plans - HONDA
“…………그래도 전… 제가 다 접을래요. 원래 이런 건 정성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정성으로 다 하기는 힘든 일이고…… 일단 천 마리가 모였다는 것에 의의를 둘지도 모르지. 그러면 아깝지 않아?"
"에? 뭐가요? 으음…… 동백이요?"
"뭐…… 그렇지. 동백도, 그동안 모은 정성도 말이야. 그렇게 허무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면…… 조금 허망할지도 모르잖아."
그전에는 돈을 모았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나는 걸 허락해주지 않으니 돈을 모아 직접 찾아가 볼 셈이었다. 돈을 모으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옷이야 교복을 입으면 그만, 먹는 밥도 배를 채울 수만 있으면 뭐든 상관없으니 사실 돈 나갈 구석이 별로 없기도 했다. 저금통에 동백이 한 푼 두 푼 쌓일 때마다 루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머니와 살 적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빠서 뭔갈 이렇게 모아본 적이 없었다. 그 시절 루가 가질 수 있었던 반짝임이라곤 계곡가의 조약돌이나, 굴뚝 청소하다 발견하곤 하는 남이 버린 구슬따위가 전부였다.
아, 하나 더 있었다. 이따금 밤의 툇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면 쏟아지기 직전의 별들이 빛을 발했다. 그래서 가끔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에, 루는 새벽같이 일어나 온 산과 들을 쏘다니곤 했다. 혹여나 그 반짝이는 별을 주울 수 있을까 봐서. 순진하기 짝이 없는 바람이다. 별똥별을 줍겠다는 생각도,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기대도.
루는 얼마 전에 오라버니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녀를 키워주었던 양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짧은 비보였다. 믿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루로 하여금 양어머니를 만나게 하는 걸 포기하게 만들려 수를 쓴 건질도 몰랐다. 그러나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애초에 그녀의 오라버니가 거짓말을 할 위인이 못 될 뿐더러, 편지의 마지막 줄에 적힌 '미안하다'라는 한 마디가 사무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사는 곳을 알지 못해 장례조차 치르지 못 했다. 양어머니에게 자식이라곤 저밖에 없었다. 묻힌 곳을 알아야 벌초라도 해줄 텐데. 문득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 모든 지리멸렬한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루는 말재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티엔시앙에게 언제나처럼 웃어 보였다. 그가 신경 쓸 만큼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기도 했다.
"맞아요. 허망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뭐든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어차피 더 이상 동백을 아낄 필요도 없었다. 천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지.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어차피 정말 소원을 이루려고 접는 게 아니기도 했고. 티엔시앙의 눈에 자신이 어찌 보일지는 몰라도 이제 와 그걸 믿기엔 루이시는 너무 자라버렸다.
종이학을 천마리쯤 접고 나면 가슴 한 켠에 끓고 있는 차디찬 미련을 접을 수 있게 될까.
마지막 한 마리에 불씨火를 새겨넣어 태워버리면 그것으로 그 여자의 장례를 치른 셈 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