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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A Flower Is Not A Flower 

다시 찾아오세요, 히요리츠즈키.
즐거우셨던
숨을 기억하시니 말입니다.
잊기
전에 다른 풍경도 담으셔야 하지 않겠어요.

 

  은조를 벗어나고 싶었다. 이대로 마냥 걷다 보면 세상의 끝에 도달하지 않을까, 멍청한 생각을 했다. 낯선 곳을 처음 디딘 몸은 터무니없이 약해서, 조금만 걸어도 발이 부르트고 몸이 으슬으슬 아팠다. 게다가 갑자기 키가 자라 뼈가 쑤시기까지 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때의 자신은 몸을 좀 학대하고 싶었다. 망가져서 돌아가면 그 사람이 좀 후회하려나 싶었기 때문이다. 상냥한 사람이니 분명 울고 말겠지. 억지로 술을 마시고, 토하고, 억지로 담배를 피우고, 기침하고, 억지로 누군가와 잤다. 

 

  하룻밤의 온기가 절실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엇나가고 싶었다. 어른스러워지고 싶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채찍질한 시간이 거진 2년. 제정신일 때보다 그렇지 못할 때가 더 길어서 어떻게 그 길을 다 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미설을 기억한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숨을 들이 쉴 때,

폐부가 찔렸다.

헉하고 뱉는데, 하얗게 영혼이 올라가듯이…… 눈이 내렸다.

 

살아있구나. 귀신에게 잡혀가지 않고, 그다지 살고 싶지 않은데도 결국에는 살아있구나.

 

  히요리는 그것이 조금 이상하고, 또 허무해서 조금 울었던 것도 같다. 눈밭에 발자국은 하나뿐이라서 더욱 쓸쓸했다. 태의가 이야기를 꺼내서 문득 그날의 발자국을 떠올렸다. 그 발자국 옆에 발자국이 하나 더 있었더라면 덜 외로웠을까.

  그 눈밭은 너무도 고요해서 사람 하나 잃어버려도, 누구 하나 찾아주지 않을 것만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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