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허드슨 고등학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를 꼽으라면 모두들 디오 브란도를 말하고는 했다. 빛을 받으면 화려하게 발하는 꿀과 같은 금발. 창백한 피부와 핏빛의 홍채는 이미 지역 내에서 유명할 정도였다. 그러나 가장 인기 많은 이를 고르자면 어김없이 죠나단 죠스타의 이름이 나왔다. 명망 높은 가문의 하나뿐인 상속녀인 죠나단 죠스타는 다정하고 우아할뿐더러 학년에서 수석인 디오 브란도 다음으로 명석하기까지 했다. 아름답고 강인한 여성은 질시보다는 선망 받기 마련이다. 디오와 죠나단이 그런 존재들이었다. 차마 꺾을 수조차 없어 두고 지켜보며 그저 찬연할 뿐. 그런 두 사람이 아이들을 매혹하여 교내를 장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상상은 아니었다. 둘은 양 극단에 서서 서로를 견제하며 학교를 지배해나갔다.
“아,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조용하게 나온 반론에 디오의 미소에는 실금이 그였다. 결코 미간을 찌푸리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었음에도, 학생회의 모두는 압박감과 긴장감에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부회장 죠나단 죠스타와 학생회장 디오 브란도는 직책에 걸맞지 않게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는 둘의 사상과 견해, 해법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니 쉬이 좁힐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학기 초 제법 친했던 둘의 사이를 돌이켜본다면 지금의 당착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한없이 냉철한 언쟁이 몇 번 오고 갔다. 설전의 끝은 한결같았다. 죠나단이 두 손을 들고, 마음대로 해 아가씨. 라며 다감한 어투로 종결짓는 것이다. 얼어있던 좌중이 한숨을 돌리면 디오는 제게 쏠리는 기묘한 패배감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내가 져주는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동정 어린 미소가 싫었다. 조롱하듯 언급하는 아가씨라는 호칭 역시. 죠나단 죠스타의 그런 오만한 연민은 그녀가 죠스타 가문에 처음으로 당도한 이래로 지겨울 정도로 겪어 왔다. 죠스타 가문의 그늘은 하루가 다르게 디오를 잠식하고 있었다.
오랜 장마가 개이고 실로 오랜만의 화창한 오후였다. 비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던 펜싱 수업이 재개되었다. 이 수업은 죠나단 죠스타 빼고 그다지 두각이나 흥미를 드러내는 이가 없는, 그저 그런 교양 수업이었다. 적어도 디오가 장갑을 벗어 죠나단에게 던져 결투 신청을 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죠나단은 제 뺨에서 떨어지는 장갑을 받아 들곤 조금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검을 들어. 죠나단 죠스타.”
“진심이야?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러나 죠나단 죠스타는 기꺼이 장갑을 끼고서는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둘은 전투 전 의례로 하는 인사를 나눴다. 디오는 자신 있었다. 오늘을 위해 손에 물집이 잡히고 터지는 것을 아랑곳 않고 부단히 노력했다. 승부를 가리자면 다른 종목도 많았지만 디오는 죠나단이 제일 자신하는 것에서 승리하고 싶었다. 그녀를 꺾고서 그녀가 자신에게 그래왔듯 동정을 선사할 테다. 미처 감추지 못한 눈매가 매서웠다.
승부는 호각이었다. 날카로운 파열음이 몇 번이고 둘을 스쳤다. 비공식적인 경기였기에 어떠한 보호구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땀방울은 머리카락과 함께 흩날렸다. 그 반의 모두는 숨을 멈추고 둘의 결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명확해 보였다. 단기간에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체력은 무리였다. 디오의 다리와 손끝이 떨리는 게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였다. 아주 첨예한 실수였다. 디오는 패배를 직감했으나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배죽 올라간 죠나단의 웃음이었다. 죠나단은 교묘하게 발을 내디뎌 디오의 칼끝에 스스로를 가져다 댔다.
확장되는 동공, 두 소녀의 몸이 엉겼다. 바닥에 나뒹굴어지는 소리가 묵직했다. 나는 네가 지긋지긋해. 디오 브란도. 귓가에 닿는 신랄한 독설. 올려다 본 죠나단의 눈에는 선연한 살의가 서려 있었다. 그제야 디오 브란도는 그녀에게 상처받는 자신을 발견한다. 동등해지고 싶었던 이상의 말로. 하지만 죠나단은 어느새 다감의 가면을 쓴 채, 멋쩍게 웃으며 디오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이래서 네가...”
디오는 짓씹었다.
“구역질 나는 거야.”
죠나단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mmission; Hunger Game. For.례림] (0) | 2015.11.26 |
---|---|
란님 생일 축하드려요!! Y/////Y (0) | 2015.11.08 |
[Commission; 憐愛. For.렝] (0) | 2015.05.13 |
[Commission; Let Me In. For.례림] (0) | 2015.05.07 |
[Commission; La Dolce Vita. For.렝] (0) | 2015.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