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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다나] 당신의 결혼식

 


비웃어주려고 했다. 그 키에, 그 얼굴로 웨딩드레스라니 기괴하리라 나가는 반쯤 확신했다. 그래서 청첩장을 받았을 때에는 웃을 수 있었다. 몇번 입지도 않은 정장을 차려입고 낯선 구두에 발을 우겨 넣은 채 식장에 도착했다. 왁자지껄 모인 식장 안의 사람들이 낯설었다. 분명 기관의 사람일테고, 다 한번쯤은 본 이들일텐데도 아릿하게 인식을 거부했다. 조금 떨려오기 시작한 손으로 눈을 몇번이고 꾹꾹 누르자 어느새 다가 온 혜나가 걱정스레 나가에게 물었다.

 

"오빠 괜찮아? 아픈데 괜히 온 거 아냐?"
"아냐, 서장님 결혼식인데 당연히 와야지."
"언니 지금 완전 긴장했어. 다신 못 볼 구경이니까 빨리 보는게 좋을껄?"

 

  어색한 웃음이 간신히 걸리고 나가는 혜나에게 반쯤 이끌리듯 대기실로 향했다. 아, 어떤 모습이려나. 남자가 웨딩드레스 입은 것마냥 우스꽝스러우려나. 그리고 문을 열어 맞이한 그녀의 모습은.

조금 짧다싶은 머리를 우아하게 뒤로 틀어 고정했다. 하얀색 웨딩드레스와 면사포가 그토록 잘어울리는 여자인지 나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낯선 분칠을 하고 부끄러운듯 입술을 자꾸만 깨무는 여자가 나가는 생소했다. 시선을 느꼈는지 저를 돌아보며 멋쩍게 웃는 얼굴마저, 빛나서. 나가는 울음이 터져 나올것만 같았다.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무어라고 실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떨리는 손을 꽉 쥔채 진심이라곤 없는 덕담과 농담을 곁들였다. 와줘서 고마워. 답지 않은 여섯글자에 결국 참지 못하고 대기실을 뛰쳐 나왔다. 그 짧은 사이에 나가의 신경은 온통 너덜해져있었다.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고 도망치고 싶었으나 기대의 찬 다나의 눈길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나가는 결국 예식장에 자리한 제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자꾸만 점멸하는 시야, 흔들리는 능력이 선연하게 느껴져서 나가는 깊게 심호흡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결혼행진곡이 시끄러운 소음마냥 느껴졌다. 두 손을 꽉 잡고 있는 다나와 오수가 자꾸만 거슬렸다. 바라볼 수 없어 돌린 시야에 눈이 마주친 남자는.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지 않아?'

 

눈에 붕대를 감은 남자가 제게 버끔였다.

 

'저 자리에 네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냐고.'

 

천사보다 아름다운 악마가 나가에게 속삭였다. 입닥쳐. 짓씹듯이 속삭이며 고개를 털자 환상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한번 마음 속에 파고든 속삭임은 나가의 귓가를 점령했다.

 

'솔직하게 굴어봐, 착각은 어느 쪽이야?'

'사랑이었다는게 착각이야, 아니면.'

'착각이었다는게 오판이야?'

 

구역질이나서 결국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쳐 들어갔다. 먹은 것도 없건만 한참을 텅빈 속을 게워냈다. 사랑이 아니야. 그저, 나는 그사람을.
씁슬한 입을 행구다 마주친 눈초리가 시렸다. 거울 한구석에는 그것보라는듯 모래가 나가를 비웃었다.

 

'거짓말'

'아직 늦지않았어. 할 수 있잖아? 이 지구에서 너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결국 참지 못하고 거울을 박살낸 나가가 거칠게 마른 세수를 했다. 미친소리. 그러나 입꼬리는 올라가지 않았다.

 

신랑 ...는 ...를 신부로 맞이하여.... 맹세합니까?
하지마.
신랑 ...는 ...를 신부로 맞이하여.... 맹세합니까?
대답하지말아.

 


  이 신성한 결혼식에 이견이 있으신 분은 지금 일어나 주시길 바랍니다.

미친 짓이란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줍게 웃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저 여자를 바라보는 스스로가 너무도 비참해서. 나가는 저도 모르게 일어나 달려나갔다. 놀란 얼굴의 모두를 뒤로 한 채 어느새 작아져버린 다나를 한 품에 안고, 그대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도착한 낯선 공간에 다나가 이를 갈았다.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돌려 놔."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돌려 놓으라고!"
"죄송해요... 근데, 그런데..."

 


  어쩔수가 없었다. 이제야 이해되기 시작한 그 남자의 순정. 자신이 첫번째이기만 한다면 기꺼이 죽어줄 수 있다던, 그 기묘한 집착을.
미안해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터져나온 울음이 비참했다. 다나는 터져나온 그의 힘에 굴복하듯 입맞춤을 받아 들였다.

 


"구역질 나."

 


나가는 다나의 경멸에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첫키스에선 아릿하게 바다내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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