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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ssion; Y2K Problem]

BGM

 

 

 

  베버리힐스 고등학교에서 제일 인기많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모두 제레미 벤튼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잘생긴 금발인데 키가 크고 다부진 근육질이었으며, 미식축구부 주장이기까지 했다. 운동하는 아이답게 좀 무식하기는 했으나, 치기 어린 청춘들에게 그 정도는 그다지 큰 흠도 아니었다. 그다음으로 인기 많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제각기 다른 이름들이 튀어나왔다.

 

  세키가하라 슌도 그중 하나였다. 일본계 기업의 자녀인 그는 동양인이었지만 키가 크고 잘생긴 것은 물론, 그 나이대 남자애답지 않게 상냥하고 점잖은 구석이 있어서 남몰래 짝사랑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슌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늘 한탄 조로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슌은 다 좋은데 왜 하필 'Gloomy Jo'와 함께 다니나 몰라. 

 

  '글루미 조'란 학교의 대표적인 괴짜 중 한 명인 주창조를 뜻했다. 외국인 장학생으로 입학한 이래로 그는 단 한 번도 수석을 놓친 적 없었다. 어차피 후원금을 내고 대학을 들어갈 셈이기에 공부보단 파티가 우선인 베버리힐스 고등학교에서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존재였다. 쭉 찢어진 눈에 희멀건 피부, 멀대같이 키만 크고 배짝 마른 창조는 깐깐한 성격 탓에 같이 노는 무리 없이 혼자 쏘다녔다. 같은 동양계로 마음이 쓰였는지, 얼마 전부턴 슌이 창조와 함께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점심시간 뿐만 아니라 수업을 들을 때나, 심지어는 등하교마저도.

 

  1999년이었다. 두 사람이 아무리 친밀하게 다녀도 서로 사랑하고 있을 거라곤 의심하지 못하는 시대. 컴퓨터 오류로 인해 세계가 멸망하지 않을까 모두 겁을 집어먹던 순진한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