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호흡이 빈속을 울렸다. DIO는 더 이상 태양이 기억나지 않았다. 둥그렇게 번쩍이는 전구와 비슷하게 생겼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그는 이따금 죠타로가 제게 찾아오던 나날들을 떠올리곤 했다. 참으로 바스락한 관계였다. DIO는 버석한 입술을 쓸고는 낮게 웃었다. 서로가 강렬했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선연했던 감정들이 무디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DIO는 더 이상 마모되기 전에 그가 멈춰주길 바랐다. 아, DIO는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재단의 골방 안에 해쓱한 몸을 전구마냥 말고서 흐느꼈다. 그가 패배하고 재단에 귀속당한지 꼬박 16년이 된 어느 낮.
재단이 죠타로에게 DIO의 감시를 부탁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상대는 시간을 멈출 수 있었고, 몸이 쉬이 재생하는 흡혈귀이기에 돌발행각의 가능성이 충분했다. 죠타로는 그가 굴종시킨 조상과 친우의 숙적을 죽이고 싶었으나, 더 나은 선을 위해 감내하기로 하였다. 둘의 충돌은 예견된 것이었다. 쇠약해진 몸에도 불구하고 DIO는 죠타로를 도발하여 끝내는 부서졌다. 결과를 앎에도 반복되는 폭력의 연속. 재단의 의료반이 DIO를 치료하고 있으면 죠타로는 경멸의 시선으로 내려다보곤 했다. 시선을 마주치자 DIO가 기이한 웃음을 지었다. 죠타로는 DIO의 덧없는 투영이 지겨웠다.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두 남자를 제멋대로 오판하고는 행복해 하는 꼴이 소름끼쳤다. 그러나 죠타로의 냉대에도 DIO는 광소를 이어갔다. 비록 감시의 명목이라도 연일 제게 찾아오는 행동이, 다감에서 비롯되었음을 홀로 눈치채고 있는 것이 DIO는 우습기만 했다. 양아치인 체 굴어도 드러나는 기묘한 신사성이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DIO는 두 번이나 지고 말았다. 저 멀리 어스름한 저녁놀이 타오를 시간, 그는 진심으로 죽고 싶었다. 죠타로의 노여움을 유도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죠타로는 이내 DIO의 교활한 수작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진정한 복수를 위해, 역설을 행한다.
질척이는 아래가 생경했다. 누군가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은 비부가 뜨겁게 부어올랐다. 그러나 서투른 침입자는 멈추지 않는다. 어떠한 성욕이나 정애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죠타로는 거칠게 내부를 짓쑤시는 손가락을 피해서 들썩이는 몸을 내리 눌렀다. 매서운 혓바닥이 죠타로를 유린했으나, 멈추지 않았다. 제법 오랜 시간 공을 들였음에도 굳어진 몸이 풀어지지 않자, 죠타로는 불쑥 DIO의 목에 고개를 묻었다. 입술의 움직임이 한없이 느릿하고 미숙하였음에도 DIO는 신음을 흘렸다. 폭압하지 않는 죠타로는 그저 한 명의 소년일 뿐이어서 DIO는 그가 낯설고, 또 두려웠다. 따라서 다리를 들어 죠타로의 허리를 휘감은 것은 유혹이 아니라 절박한 도피였다. 가까스로 발기한 성기를 삽입하자 DIO의 허리가 들렸다. 압박감에 벌어진 입가에서는 밭은 숨소리가 났다. 상대가 누구든 성감은 솔직하다. 조여 오는 내부에 성기는 착실하게 크기를 키웠고, 벌어지는 감각이 소름끼쳐서 DIO는 손톱을 세워 침상을 긁어댔다. 잠시 숨을 고르던 죠타로는 이내 DIO의 한쪽 허벅지를 붙들고는 허리를 쳐올렸다. 굵은 성기가 내벽을 짓이기자 DIO는 구역질을 참으려 입안을 씹었다. 어줍게 이어지는 삽입은 쾌감보다는 고통에 가까웠다. 전혀 느끼지 못해 축 늘어진 DIO의 성기가 흔들렸다. 방식은 달라졌지만 그들이 벌이는 성교는 파워게임에 가까웠고, 늘 그렇듯 이성을 붙잡아야만 유리했다. 그러나 죠타로의 섬뜩한 점은 배움이 빠르다는 점이었다. 이내 저도 몰랐던 극점을 찍어 누른다. 번뜩이는 쾌감에 DIO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둘의 애액으로 흥건히 젖은 비부에서 찔꺽이는 소리가 났다. 음란한 소리가 나는 것은 DIO의 뒷구멍만이 아니었다. 강한 환락에 몸이 달아 벌어진 입에서 쉴새없이 교성이 터져나왔다. 몇 번이고 입을 다물려 노력하다 혀를 씹어 피가 흐르자, 결국 죠타로가 DIO의 입에 손을 쳐넣었다. 그리곤 어떠한 예고도 없이 DIO의 몸을 돌린 뒤, 한 팔로 배를 붙들고는 깊게 삽입했다. 갑작스런 자세변화에 놀란 DIO가 날카로운 송곳니로 손가락을 찢어도 상관없는 눈치였다. 개의 교미와도 같은 자세에 DIO가 목을 울리며 몸을 들썩였으나, 전립선이 쑤셔지자 반항을 멈췄다. 죠타로는 고환이 닿을 만큼 깊게 삽입하고는 내부에다 정액을 쏘았다. 뜨거운 것이 몸을 가득 채우자 반사적으로 DIO도 줄줄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사정이 이어졌다. 명백하게도 그것은 강간이었다. DIO의 턱을 위로 치켜세워 마주 본 시선에 일말의 애정이란 없었다. 이토록 격정적이고 질걱거림에도 관계가 뜻한 바는 오롯이 체벌뿐이다.
DIO는 닿아오는 온기가 소름끼치도록 좋았다. 그러나 그 긴 시간동안 외로웠고, 또 외로우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목에 자리한 입술은 상냥함에도 손을 뻗으면 꺾여졌다. 한없이 일방적인. DIO는 결코 죠타로에게 무엇도 남길 수 없었다. 그 후 몇 번이고 이어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악다구니를 쓰고, 처절하게 애원하고, 때로는 묵살했다. 죠타로는 묵묵히 그의 히스테릭을 넘기며 체온을 새길 뿐이었다. 죠타로가 가고 나면 온 종일 골방에 버려졌다. 볕조차 쬐지 못하는 저주받는 몸은 온기를 찾아 헤매이며 미쳐갔다. 그가 최후의 자기방어로 덧칠을 선택한 것은, 그렇기에 놀라운 일도 아니다.
DIO는 쿠죠 죠타로의 눈에 든 것이 선명한 적의임을 알지만 자주 착각하고는 했다. 그것은 아마 쿠죠 죠타로가 누군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내민다면 싫은 기색을 하면서도 마주 잡아주는, 조금 더 다정한 눈매의 옛사람. 체액이 쏟아졌다. DIO는 젖어 들어가는 눈가를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흐르는 무언가는 모두 잔인하기만 하다. 눈물도, 정액도, 하물며 시간마저도. 멈추고 싶었으나 불가능했다. 눈앞의 유일한 구원자는 계속해서 DIO의 시간을 번지게 만든다. 그것은 DIO가 결코 죠타로를 사랑할 수 없는 까닭 중 하나였다.
그 밤을 세어 울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DIO는 그제야 죠타로가 죠나단처럼 과거가 되어버렸음을 시인했다. 그는 청춘의 늪이었고, 별들의 잔해였다. 흐느적거리는 몸이 손톱을 세워 나아간다. 감금되었다고 믿었기에 한 번도 손대지 않았던 문고리를 돌리자, 기괴한 소리와 함께 녹슨 문이 열렸다. 서슬 퍼런 태양 아래, DIO는 산란했고, 그것이 전부였다. 흡혈귀는 조용히 문 뒤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