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버리고 싶었다. 물론 디오 브란도는 언제나 죠나단 죠스타에게 살인 충동이 일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한. 정점을 이룩하겠다는 야망을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죠나단은 분명 디오와 상충했지만, 이는 그 나이 대 남자아이들이라면 으레 있는 의견 차이 정도로 묵인되고는 했다. 다감의 가면을 쓴 체, 모두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거짓 우정을 꾸며내었다. 범행을 저질렀을 때 용의선상을 피해 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디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죠나단을 교살하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였다. 술에 푹 절어있는 풋내기 도련님은 디오에게 온전히 그 무시무시한 체중을 쏟고 있었다. 디오 역시 단련된 몸이었건만 무게와 체격을 견디지 못했다. 죠나단의 발목을 거꾸러트린 채, 숫제 질질 끌고 오는 형국이었다. 간신히 저택에 도착했을 때에도, 그러나 디오는 벗어나지 못했다.
“어머나, 도련님!”
저를 보고 달려 나온 가냘픈 메이드들과 나이 든 시종들의 얼굴을 보자니 차마 이 더러운 거구를 넘겨줄 수 없었던 탓이다. 괜찮습니다. 제가 방으로 데려다주겠습니다. 애써 입꼬리에 일그러진 미소를 띠었다. 안절부절못하고 저를 따라오는 시종들을 물렸는데 제 목덜미가 기둥이라도 된 듯 꽉 잡고 있던 죠나단의 몸이 흔들렸다. 우욱. 불길한 소리. 비틀대며 계단을 오르던 난간의 모서리에 거세게 골반을 부딪쳤다. 신음을 삼키는 것도 잠시, 디오는 참지 못하고 짓씹듯 내뱉었다. 더러운 짐승새끼, 토했다간 죽여 버리겠어. 취한 이는 용감하다. 어떠한 조치도 취하기 전에, 죠나단은 디오의 등에 시큼한 토사물을 쏟아내었다. 디오는 곱게 감긴 두 눈을 파내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방정맞은 개새끼처럼 그도 소각장에 쳐 넣어버리고 싶었다.
간신히 복도의 끝, 죠나단의 방에 도착한 디오는 침대에 그를 내던지고 쓰러지듯 침대에 기댔다. 그제야 취기가 올라왔다. 미식축구부의 신입생 환영회는 신입들에게 악랄하게 술을 먹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뒷골목에서 전전했기에 그도 여기까지 버틴 것이었다. 어질어질한 시야. 열기가 귀 끝까지 불태웠다. 올라오며 부딪힌 골반이 얼얼했다. 씻어야만 했다. 끈적이는 땀과 취기를 씻어내고 이 방과 정 반대 방향에 있는 그의 침대에 누워야 했다. 그러나 디오는 온몸이 녹아내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잠시 숨을 고르던 디오는 흐릿한 시야를 몇 번 껌벅이고는 옷을 벗어 내렸다. 토사물에 젖은 윗도리를 시작으로 몇 꺼풀 더 벗어 내린 뒤 그대로 죠나단을 걷어차고는 그 곁에 누웠다.
파르라한 아침이었다. 항상 커튼을 치고 잤기에 쏟아지는 햇볕이 낯설었다. 디오는 얼결에 눈을 떠 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죠나단을 발견했다. 그제야 어젯밤 너무도 피곤한 나머지 그의 숙적과 함께 잠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도 술 내음이 남아있는 듯한 몸을 씻어내려 발을 내디뎠다. 허리의 고통 때문에 디오의 발이 꺾였다. 아무래도 부딪힌 골반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게다가 거구를 이끌고 걸어온 탓에 온몸에 알이 배겼다. 이를 갈며 후들대는 다리를 이끌고 나서자, 아직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던 죠나단이 불쑥 말을 걸어왔다.
“역시, 디오. 우리는 지난밤 섹스한 거야?”
“…뭐?”
비틀대던 디오가 간신히 벽을 짚고서는 그를 돌아봤다.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러나 어쩐지 죠나단의 표정에는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머리가 울렸다. 저 머저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이어졌던 침묵을, 죠나단은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신사로써, 책임지지. 디오 브란도. 굳은 얼굴은 그러나 의연한 결의마저 엿보였다. 죠나단 죠스타는 언제나 놀라울 만큼 디오 브란도의 적의를 불러일으키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느릿하게 눈을 껌벅이며, 지끈대는 미간을 누르고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