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일관된 세상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그릇된 방식으로 열망했다. 어색하게 손끝을 잡아오는 죠타로의 표정에서는 채 가리지 못한 구역질이 엿보였다. 모른 체, 죽은 이의 웃음을 흉내내었다. 같은 방향의 자기극은 결코 끌리지 못할걸 알면서도 헛된 시도를 반복한다.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극은 꼬박 삼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같은 집안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발을 엉긴다. 나는 구역질나는 체리를 애써 씹어 삼켰고, 놈은 고고학에 관심을 보이는 척했다. 그러나 이따금씩 가면이 벗겨지는 날이면 애써 가꿔왔던 집안의 모든 것은 부서져내렸다. 조롱과 폭력이 이어지고, 비난과 겁박이 상충했다. 어그러진 상대를 물어 뜯으며 결코 만나지 못할 '서로'를 그렸다. 분란의 끝은 늘 관계로 매듭지어졌다. 잇자국을 남기고 호흡을 섞으며. 나는 내 옆에서 눈을 감은 죠타로를 보면서 이제는 희미해지는 죠나단의 형상을 찾아보려 애썼다. 기묘하게 내 안에서 끊임없이 덧칠되어버린 꼴은 원래의 그와는 형편없이 달라졌음을 안다. 규칙적인 들숨, 날숨. 우리는 관계를 맺은 후에 결코 잠들지 않았다. 서로를 경계하였기에.
변형과 번복의 굴레 속에서 문득 나는 죠죠를 사랑했던 브란도를 사랑 한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가정은 공허를 낳았다. 내 손으로 브란도를 끊어내었기에 더욱 그랬다. 브란도를 닮은 아이를 기억하기에 더욱. 무엇도 입에 대지 못하고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죠타로는 나의 기이한 작태를 보고 의례적으로 내게 물었다.
-무슨 생각하지?
연극 중이었기에 나는 결코 그에게 진심을 내비쳐서는 안되었다. 실금같은 이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규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충동적으로 입을 벌렸다.
-네 목을 조르고 싶어.
-네 놈...
대번, 놈의 눈빛이 사나와졌다. 그 모습이 우스워 나는 실소를 터트렸다. 더이상 죠죠를 사랑하지 못했다. 단전을 치받는 울음을 숨기기 위해 죠타로의 목을 휘감고 입을 맞추었다. 격렬하고 욕정이 그득했지만 어디에도 연정은 섞여있지 않았다. 이토록 이해타산적이었다. 옷가지를 벗겨내는 손은 싸늘했다. 의무적이고 무미건조한 질척임의 연속. 언제나 절정인 나날들이 힘겨웠다. 내 위에 올라탄 죠타로를 한참이고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끌어 내 목을 감싸게 했다. 속임수는 끝났다. 더이상 추해지기 전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사랑해.
죠타로는 단박에 내 의도를 알아 채었다. 그러나 내 목을 감싼 놈의 손가락에는 어쩐일인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직 온기뿐이었다. 눈물로 가리워진 어리석음의 말로. 결국은 인정했다. 연극의 수혜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두 패배자만이 어리석음을 지탄하며 파멸 할 뿐이었다. 그 날의 하루는 그렇게 열렸다.
무슨 생각해? 너는 간혹 내게 물었지. 네가 궁금해. 한마디만 해주었어도 나는 쏘아붙이지 않았을 터였다. 너는 내 거부에 멋쩍게 웃었고 나는 매몰차게 무시했다. 내가 물어 볼 것을 그랬다. 무슨 생각해, 죠죠? 그 수많은 시선 동안 너는. 나는 이제야 묻기 시작했다. 너를 묻고, 너를 물었다. 무슨 생각하나, 죠죠. 놈은 단 한번도 내 물음에 침묵하지 않았다. 비록 눈가림일 뿐일지라도. 여전한 적개심과 증오는 시시각각 폐를 쥐어 짤지언정, 극점은 상접하기 마련이니 어쩌면 이것도 사랑이라 일컬을 수 있지 않을까. 허튼 소리. 죠타로는 일축했다. 다만 놈은 더이상 체리를 사들이지 않았다.